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봄날의 피어싱 외 1편

길가다/언젠가는 2010. 7. 3. 22:22

봄날의 피어싱

강정숙

 

땅거죽을 뚫고나온 각시둥굴레가 제 몸통에 희디흰 피어싱을 하면서

나 어때요. 이만하면 최첨단 패션 아닌가요?

축축한 눈가루처럼 라일락 져 내리고

새들은 

난분분( 卵分分),


새들이 날개를 감추고 발가락으로 고공비행한다. 가끔씩 먹은 것을 토하는 새들도 있다 

그런 날은 하늘에도 흰 줄이 생긴다 하늘이 제 겨드랑이에 피어싱 하는 날이다


터져버린 심장을 가지에 걸고 있는 꽃들에겐 이 봄이 무겁다 

잘라도 다시 올라오는 손톱 발톱처럼

툭툭 불거지는 꽃과 새와 하늘의 상처를 매단,

 

봄날이 간다

 

 

개기월식 

 

     울컥울컥 토해지는 여자 울음은 구리빛 문양이다  음각으로 새겨지는 남자 지문에 휘청이는 그녀, 온 몸이 분화구다 오랜 세월 계수나무 속 애벌레였던 쇄골이 덜덜덜 떨고 있다 검고 위태로운 카시오피아를 건너가는 그녀, 그곳을 넘어야 비로소 환해질 출구가 바로 눈앞인데 발바닥이 불처럼 뜨겁다 그녀 드디어 넘어설 것인가   

  또 다른 사계절을 원하는 여자와 폭염만을 고집하는 남자는 비등점이 다르다  모든 살랑임과 설레임이 절정이라 우기는 여자를 완강하게 갈아엎는 남자, 빙글빙글 돌면서 그녀를 겁주면서, 그녀를 삼켰다가 뱉기도 하면서, 그녀의 오랜 날을 주무른다 맞닿으면 서로를 상처 내는 입, 밥상과 숟가락이 유성우로 흩어진다 등을 돌리고 틈을 만든다 그 통로로 숨을 쉬고 잠을 청하지만 잠들지 않는 밤의 한쪽이 넓고 깊다,  

 
_2010년 수주문학


출처 : 시인회의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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