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토막일기-덕유산 철쭉 나들이 그리고 발병 나다,
6월 6일 -오랜만에 주어진 부부동반 산길이었다, 대전에 사는 묵은 벗의 후덕한 정으로 마련된 것이다, 십 오륙 년 동안 거른 적 없이 현충일이면 몇 명의 부부동반 모임 핑계로 치러왔던 연례행사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해외여행 길이니 하면서 개개인의 사정으로 형제간 같은 정을 나누며 지내왔던 두 집안만이 덕유산 행장을 꾸린 것이었다, 대전에서 출발한 시간은 08시, 연락을 받고 옥수골 아래 무주호 양수발전소 신작로를 향했다, 한 시간 뒤에 도착한 두 집안 식구들의 만남은 반가웠다,
5월이면 피고 지는 철쭉 향연에 6월의 철쭉밭에 호기심을 갖고 덕유로 향하는 아침 공기는 갓난아이의 살 냄새 만큼 깔끔했다,
향적봉에 오르니 지상 온도와 확연함을 느꼈다, 계절의 감각적 체감이 아닌 덕유산 산신 만이 줄 수 있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태초의 청정함이라 할까, 아무튼 오지게도 좋다! 좋다! 중얼거리면서 중봉을 향했다,
아슬하게 잡힌 지리산 산허리에 눈인사하면서 곳곳에 펼쳐진 때늦은 철쭉과의 눈 맞춤 속에 주고받은 교감의 밀서는 고이 간진 될 것이다,
천 년 살고 천 년 동안 죽은 다는 구상나무의 끈질긴 생의 마감 앞에 부끄럼 털고 피어나는 6월의 철쭉 망울여, 확 터저라,
저온으로 크지 못하고 고목으로 자존을 자랑하는 철쭉 등걸에 오랜 세월 역정을 읽는다
묵은 벗과의 어깨걸이로 만발하는 미소를 난 사랑하리라.
더는 세월 먹지 말고 속없이 살자면서 거나한 술 한 잔에 EDPS-음..설-로 시공을 떠나 국어 책 읽대끼 읊던 벗이여,
더 진한 행복으로 영원하시기~
훤한 모습이 좋구만요, 맨날 이렇게 살기를...
주목 아래 살고싶다, 너의 넋을 배우고 싶구나.
엊저녁에 뭣하시고,,,,기상,
중봉을 향하는 실크로드?~ 환타스틱!!
몇 년 만에 걸쳐 본 어깨걸인가,
2009년 5월 9일 고향 친구들과 나들이한 전남 장흥 제암산 철쭉밭이다, 덕유산 철쭉과 비겨보니 꽃의 색이며 등걸의
굵기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사람도 지역과 환경에 따라 억양이 다르고 인성도 다르다는 것에 실감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구상의 넋을 읽는다, -2010년 1월 1일 덕유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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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예초기로 풀베기 작업(무주-설천면 태권도 공원 앞) 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구덩에 빠졌다, 그 충격으로 무르팍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우리의 몸뚱이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 있으련만 나같이 하루에도 산등성과
산허리를 오르락내리락 걸이면서 품팔이 삶에 이력이 붙은 다리는 나의 보배 아닌 보내가 된 지 오래다,
너무나 혹사 시키고 나면 미안한 생각에 주물러 주기도, 맛사지로 자위해주곤 했던 나의 다리다, 병원에 가기를 싫어하는
오랜 습성과 게으름은 여전하여 며칠 있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였지만 갈수록 깊어갔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갔다,
연골에 충격이 생겨 발병한 것 같다 하면서 며칠 물리치료를 하면서 약을 복용하라 한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무주에는 엠 알 아이가 없으니 근교 큰 병원에 가라 한다, 큰 병원에 가기 전에 가족도 만날 겸, 대전 한동네에 사는 한의원
친구 집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면서 나의 사정을 얘기했다, 나의 큰 병의 주치가 된 지 오래된 친구의 정성은 여전했다,
이튿날, 작업실로 향해 내가 가장 선호하고 믿었던 뜸과 흡각요법으로 십여 일을 보냈다,
산림조합에서 사방댐공사며 허드렛일이 들어왔지만 다른 인부로 대신했던 날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엊그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걸음을 하니 이게 웬일인가, 문턱도 올리지 못했던 다리가 부담 없이 문턱을 넘고 절름발이 걸음이 정상으로
거뜬하지 않은가, 며칠 동안 방구석에 박혀 읽다 만 대하 역사 속 주인공들과 망중한을 즐기면서 보냈지만 일 년에 몇 개월
몸을 팔아 일 년을 살아야 하는 어김없는 현실이기에 서둘러 현장에 나가야만 했다, 담금질 이상의 불구덩을 참아 준
다리에게 미안하고 정성으로 꾸려준 약이며 염려해 준 한의사 기경서 친구에게 감사하면서 토막 일기를 남긴다. -6월 20일
한방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일-뜸, 이-침, 삼-약이란 말이 나에게는 들어맞은 게 같다,
700도 이상의 불을 참아 준 다리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더 쓰여 먹어야 하기에 다리와 나는 합일이 되어 불놀이를 즐겨야
했다,
흡각요법과 병행하여 뜸을 하는 결과 나도 모르게 환희다, 아침에 일터에 나가면서 친구에게 나의 무릎 경과를
전달 했다, 친구도 좋다 한다, 올여름 동안도 산등성의 가파름에 고생시켜야 할 다리기에 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