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패스트푸드 외 2편/ 하린
패스트푸드 외 2편
하린
네가 만든 구름의 시청률은 바닥이야
너는 먼지 쌓인 금지곡이고
만질수록 단단해지는 고독의 뼈는 없어
그냥 너는 독방이야
살갗이 드러난 전선처럼
한 순간을 노리는 무모한 사춘기는 지났어
노을의 낭만적인 알리바이 따윈 기대하지 마
저녁의 구질구질한 변명 속에
어둠이 끈적끈적한 혀를 내밀뿐이야
뾰족한 통신탑 꼭대기에 달의 엉덩이가 걸려
달빛이 치즈처럼 흘러내리는
배고픈 밤은 항상 오고 마는 거야
너는 거세된 고양이가 되어
생선 내장처럼 던져진 도시로 출근만 하면 돼
옥탑방을 나와 누추한 골목길을 구기며
촌스럽게 작아진 학교를 지나
24시간 문을 여는 패스트푸드점으로 알바를 먹으러 가면 돼
너는 절대 태양의 젖은 손바닥 따윈 보려고 하지 마
자동차가 시속 100킬로로 늙어가는 것을 바라보다
불면증 걸린 인간들이 유령이 되어
진열된 상품을 간택하는 마임만 즐기면 돼
너는 바코드가 찍힌 방부제야
움직일 수 없는 성기를 가진 마네킹처럼 유리문 안을 견디면 돼
아웃사이더
너는 계단을 삐게 하는 발목을 사랑하지
숨을 헐떡거리는 발목만을 좋아해
각이 잡힌 발목을 끌고 너는 오늘도 출근을 하지
어제 보다 더 까칠해진 시멘트 길을 지나
기우뚱 기우뚱 흔들리는 육교를 오르면
불량 무지개를 구매한 사람이
가장 높은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했다는
전광판 뉴스를 듣게 되지
넌 아주 잠깐 닦지 않는 유리에
무지개의 파편이 흘러내리는 것을 상상하다
왼발과 오른발이 갖는 시차를 놓칠 뻔하지
계단의 장단에 맞춰 지하로 지하로 흘러들지
넌 오래된 청년이므로
실업률에 상관없으므로
애인이 미래에 대한 초대장을 보내지만
너는 미래에 대한 판단중지
무지개로 만든 팽이를 배당받아
지하철 바닥에 풀어놓고 돌리기만 하면 되지
구름 위에서는 한 개에 3000원
구름 아래에서는 두 개에 1000원
넌 요원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웃고 있지
계절에 따라 다국적 기업이
재빠르게 패스트푸드 무지개를 만드니까
그러다 넌 문득 발견하게 되지
계단이 각목을 닮았다는 생각
한쪽 다리가 어제보다 더 짧아졌다는 생각
8일째 날
- 암흑의 낮을 통과한다
신상품을 설명하던 점원의 입술은
3일째 되던 날 시들고 말았다
매몰된 후 체온이 되어 주던 여자는
전달되지 않을 유언을 내게 맡겼다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
어린 애인이 자주 불러주던 노래라고 했다
멜로디는 점점 부패되어 악취를 풍겼다
5일째가 지나자
목마름이 오줌을 받아먹었고
6일째가 지나자
배고픔이 여자의 몸을 뜯어 먹으려다 멈추었다
나의 지층은 무슨 색깔로 기록될까?
관 뚜껑이 열리듯 빛이 들어오는 순간
발견될 죽음의 자세를 7일째 날 생각했다
똥과 오줌으로 얼룩진 삶의 최후라니
뉴스는 죽음마저 팔아먹겠지
8일째가 되어도 불꺼진 세일은 계속되고 있었다
꿈속에서 죽은 여자가 뺨을 때려도 일어날 수 없다
희미한 정신이 화석의 마음을 이해한다
- <시와세계> 2009.겨울호
* 하린 : 전남 영광 출생. 2008년 <시인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