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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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언젠가는 2009. 11. 25. 02:02

 

 

숨기다        

----------------------길가다/진영          

 

 

해도 달도 슬픈 일 생기면 얼굴 숨긴다

요사이 무슨 일이 생겼던가, 밤낮없이 몇 날 눈물만 흘리네

온몸 파고드는 사연 되뇌며 하수구의 썩은 냄새

한여름 몸 구석 찌든 곰팡이 가슴팍에 묻고 그대의 선심 감고 길 걷는다

며칠 전부터 울고 싶은 사연 있었던가, 이때다 싶어 꺼내어 

가슴 끝 밀더구먼 여지없이 눈물 고이네

며칠을 묵혔던 까닭인가, 우릴 대로 우려진 소금기 절인 눈물

해와 달 눈물 섞여 혀끝에 머무네

하느님도 슬픈 일이 생기면 이렇게 우는가 싶다

얼굴 파묻고 제 구멍 찾아, 지고 피고

나도 덩달아 울다 어머니 눈물 감로(甘露水)되어 

그 눈물 받아먹고 여기까지 왔어

해도 달도 세상 보기 싫으면 구름 속에 숨어 사는가 싶다.

 

 

 

*불기2547. 2003년 한국불교문학 발표작

출처 : 장진영과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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