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고드름 / 박정원

길가다/언젠가는 2009. 1. 16. 18:05


 

 고드름

--------------------박정원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와

다시 꽂힙니다

 

절 마당엔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박정원: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전통 문예지 '詩文學' 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1997;한강)

 '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 (1998;한세) '꽃은 피다'(2000;시문학사)

'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2001;자음과모음) '고드름'(2007;시평사)등이 있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한국시문학문인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강남시회, 송파문학회 등의

회원이며, 2006년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받았습니다. 시집 <고드름>은 2007년도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사진, 글, 프로필 출처[고요한 시의 숲] 박정원 시인의 다음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