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동거 /김주대

길가다/언젠가는 2008. 4. 28. 12:13

 

 

동거

----------------------김주대 


생각난다

신당동 중앙시장

팥 적은 붕어빵과 곱창으로 넘긴

그해 겨울의 저녁과 아침

시골 여상 출신의 그대가

졸음 쏟아지는 미싱대에서

주판알 대신 올리고 내리던 기래빠시 천과

얇은 홑이불의 동거 시절

생각난다

반찬 없이 행복했던

우리들의 겸상도

조금 어색해서 더 사랑스러웠던

첫날밤이

신당동 가다보면

들려온다

미싱 도는 소리

그대 숨소리

세상 한쪽에서

그대가 그대를 찢고

그대를 이어가는 소리.

 
김주대 시인

196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민중시」,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1회 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도화동 사십계단>, <꽃이 너를 지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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