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꽃" 모음 시
길가다/언젠가는
2008. 1. 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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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버릴 때처럼 / 조병화 꽃을 버릴 때처럼 잔인한 마음이 있으리 아직도 반은 살아 있는 꽃을 버릴 때처럼 쓰린 마음이 있으리 더우기 시들은 꽃을 버릴 때처럼 애처로운 마음이 또 있으리 한동안 같이 살던 것들 같이 지낸 것들 같이 있었던 것들을 버릴 때처럼 몰인정한 마음이 있으리 아, 그와도 같이 버림을 받을 때처럼 처참한 마음이 또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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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유 치 환 가을이 접어드니 어디선지 아이들은 꽃씨를 받아 와 모우기를 하였다 봉숭아 금전화 맨드라미 나발꽃 밤에 복습도 다 마치고 제각기 잠잘 채비를 하고 자리에 들어가서도 또들 꽃씨를 두고 이야기--- 우리 집에도 꽃 심을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어느덧 밤도 깊어 엄마가 이불을 고쳐 덮어 줄 때에는 이 가난한 어린 꽃들은 제각기 고운 꽃밭을 안고 곤히 잠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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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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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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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박양균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망(亡)한 이 황무(荒蕪)한 전장(戰場)에서 이름도 모를 꽃 한 송이 뉘의 위촉(委囑)으로 피어났기에 상냥함을 발돋움하여 하늘과 맞섬이뇨. 그 무지한 포성(砲聲)과 폭음(爆音)과 고함(高喊)과 마지막 살육(殺戮)의 피에 젖어 그렇게 육중한 지축(地軸)이 흔들리었거늘 너는 오히려 정밀(靜謐) 속 끝없는 부드러움으로 자랐기에 가늘은 모가지를 하고 푸르른 천심(天心)에의 길 위에서 한 점 웃음으로 지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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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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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그는 웃고 있다. 개인 하늘에 그의 미소는 잔잔한 물살을 이룬다. 그 물살의 무늬 위에 나는 나를 가만히 띄워 본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 마리의 황나비는 아니다. 물살을 흔들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나는 가라앉는다. 한나절, 나는 그의 언덕에서 울고 있는데, 도연(陶然)히 눈을 감고 그는 다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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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양해남 노래 - 장사익 나에게 꽃이 있었지 어느 별 어린 왕자처럼 매일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줘야 하는 꽃 한 송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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