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할머니께 생활비 드리려 첫 휴가때 노동판에…란 기사를 읽고
이런저런 기사 걸이에 눈을 맞추다가 이 세상 돌아가는 판은 하늘과 땅이구나 라는 생각에 허허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런 조화가 있기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모두가 있다고 자위하면서 붉게 씌어진 25라는 숫자를 본다,
25라는 숫자는 하루를 넘겨 내일을 열 새벽이나 저쪽으로 가는 바늘인데 하고 순간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25시의 발작으로 흰소리를 적는다,
사방에 온갖 나무나 풀꽃이나 심으며 오가는 행인에게 쉬었다 가는 그늘이나 줄 수 있는 집이나 한 채 있었으면 하는 옛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소박한 꿈은 언젠가 실행될 것이며 이런 꿈마저도 없다면 나는 진즉 행방을 잃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이 이태원동에 있는 이건희 집이 91억이 된다 한다, 두 번째로는 흑석동에 있는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의 집이라나? 그 집 건평은 200평이 넘고 대지 임야를 합치면 3,700평이 넘은 다나, 이런저런 잡 기사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읽은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군에 입대해서 100일 휴가를 나와 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기 위해 10일 동안 노동판을 다니면서 십 오만 원을 쥐여주고 귀대했다는 기사에 하늘과 땅의 간격이 너무나 넓고 골이 너무 깊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위의 사실들은 25시임에 확실하다, 뭣인가의 한계를 넘어선 불행이라해도 무리함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인 삼성의 이씨 집안은 갖가지 루머에 얽혀 죽을상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다는 토막기사를 본 나는, 용돈을 주기위해 노동판으로 휴가를 마쳤던 준호 군이 더 행복하고 바닥에서 이런 집이라도 하나 가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살아가는 내가, 이 시간만이라도 더 행복하다는 짧은 생각을 하니 하느님은 인간에게 정말 공평함을 주셨구나 하는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준호 군이 주었던 감동의 기사로 나의 흰소리를 접기로 한다.
할머니께 생활비 드리려 첫 휴가때 노동판에…
준호씨는 그길로 입대 전 아르바이트했던 일식집으로 달려가 이틀을 일했다. 3일째엔 막노동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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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씨는 고교 때부터 가장역할을 했다. 엄마는 준호씨가 9살 때 이혼한 뒤 소식이 끊겼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3년 전쯤 집을 나갔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 12시까지 청소를 한 뒤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일식집에서 하루 12시간씩 음식을 날랐다.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준호씨는 119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에서 혼자 상을 치렀다. 그는 “할아버지께 외식 한번 못 시켜드린 게 가슴 아파 그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 군에 입대하게 된 준호씨는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몇 달간 한푼도 안 쓰고 모은 300만원을 입대하는 날 건넸다. 그 돈을 소식도 없던 아버지가 찾아와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할머니가 난방이 끊긴 방에서 자다 앓아 누운 것이었다.
훈련소에서 훈련 받는 동안에도 그는 할머니 걱정으로 몰래 울다 동기들에게 들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백일휴가를 마친 뒤 ‘나 없는 새 돌아가시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더 심해진 준호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소속된 1포병여단 예하 쌍호부대(경기도 파주시) 생활관 분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다. 본부 행정보급관 박종건 상사는 “궂은 일 도맡아 하고 예의바른 준호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들 놀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알려지자 부대 전체가 준호씨를 돕는 데 적극 나섰다. 대대장의 지시로 박 상사와 무선반장은 준호씨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보살폈고, 아버지 주민등록을 말소해 할머니에게 매월 15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만나 할머니를 잘 돌봐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부대의 배려로 준호씨가 특별외출을 나와 할머니를 몇 시간이나마 돌볼 수도 있었다.
같은 부대 350명의 장병들이 월급을 쪼개 150만원을 모금해 줬지만, 준호씨가 제대할 때까지 할머니의 월세와 생활비로는 부족했다. 그러다 박 상사가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벌이는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 기사를 보고 사연을 적어 보냈다.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연계해 20개월간 월세·생활비 등 총 840여만원을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준호씨는 예전에는 남의 도움 받는 것이 싫어 학교 선생님이 용돈을 챙겨줘도 받지 않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제가 어려울 때 받은 사랑을 나중에 더 어려운 이들에게 보답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 부대에서는 의가사제대(依家事除隊) 등 준호씨를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지만, 준호씨는 되도록 만기 제대를 할 생각이다. “병역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언제 제대를 하든 남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군생활을 할 거예요.” 준호씨는 “일식요리를 밑바닥부터 착실히 배워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우리이웃―62일간의 행복나눔’은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총 4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문의 (02)6262-3162. 후원계좌 국민은행 432101-01-268333(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준호 이병이 혼자 누워계신 할머니의 팔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할머니는 ' 할머니 생각 많이 하지말라' 며 눈물을 적셨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