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젖은 낙엽/박정원

길가다/언젠가는 2007. 11. 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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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낙엽

 

                         박정원



누가 너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젖은 낙엽이라고 해라
아스팔트에 납작 붙어 골바람에도 끄덕 않는
비에 젖은 낙엽이라 해라
오늘도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누가 너를 밟고 지나거거든
또 비가 내린다고 해라
그 비 그친 어느날 오후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깊이 박힌 돌멩이라 해라
떨어진 이파리가
이리저리 떠돌다가 발에 밟힌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용기 있던가
누가 너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흠씬 젖은 낙엽을 쓰는
바람이라 해라


- 시집 <꽃은 피다> 2000.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