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흘린흰소리

이렇게 살았으면/장진영-한국문학도서관

길가다/언젠가는 2007. 8. 28. 14:55

 

 

이렇게 살았으면
----------------------장 진 영

어느 포수의 눈총을 받아
추락하는 새의 가슴 안고
같은 아픔으로
울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루 종일
주인의 뜻을 받아
죽은 벌레의 깃털을 나르는
개미의 길을 막고
한 줌의 유언을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어젯밤,
꿈자리가 좋아
구겨진 지폐를 입에 물고
복권의 뒷장을 어루만지며
며칠의 들뜬 시간으로
이렇게, 서로를 사랑했으면

길가에 헛웃음 치며
밤을 잃은 소녀와
밤새 불러본 노래 속에
한을 실어도 좋으련만

한 뼘도 안 된 애환의
녹슨 땅은
억새풀이 한창인데
그 아래
빛 바랜 기억을 걸고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


* 위 시는 『끼리끼리』/ 장진영 시인의 시집』에서 골랐습니다.
* 흐르는 음악은『♬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연주곡』입니다.
* 위 그림은『한부철 화가의 가을흔적(58x38)2000』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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