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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⑨-이장욱 [중앙일보]
길가다/언젠가는
2007. 8. 24. 13:22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⑨ [중앙일보]
소설·평론 넘나드는 전방위 시인 도시에 갇힌 소시민의 삶 그려 “만만치 않은 문장력과 사회에 대한 통찰… 최근에 나온 소설 중 가장 돋보인다.”(소설가 공지영) “한국 시의 모더니티의 한 극한에서 서정성 자체를 낯설게 하는 첨예한 시적 감각을 만나려 한다면, 그를 읽는 것은 강렬한 경험이 될 수 있다.”(평론가 이광호) “김행숙·황병승·김민정 등의 첫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해설은 모두 한 사람이 썼다. 그는 소위 ‘미래파’의 산파 중 하나다.”(평론가 신형철)
문단에서 그는 소위 ‘미래파’라 불리는, 난해한 요즘의 젊은 시를 옹호하는 비평가로 더 알려져 있었다. 등단은 시가 가장 이르지만, 신형철의 말마따나 이장욱은 권혁웅과 함께 ‘미래파의 산파’로 통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그가 2005년, 소설가로 전격 데뷔한다. 처음 써봤다는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이 덜컥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은 것이다. 앞서 약력에선 시인의 이력인 시집 두 권만 적었지만, 그의 저작은 소설·비평집을 합쳐 다섯 권에 이른다. 그리고 올해, 그는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이장욱의 정체였다. -정체를 밝혀라. “끌리는 데로 가겠지. 시에 가장 오래 몸을 담고 있던 건 확실하다.” -장르마다 당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느낌은 물론 다르다. 밤과 낮의 느낌 같다고 할까. 내 경우는 시는 밤, 소설은 낮의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떤 시나 소설은 밤과 낮이 뒤섞이는 황혼의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고.” 이장욱은 또 열심히 공부하는 문인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동네 독서실에서 온갖 부류의 고시생과 나란히 앉아 시를 읽고 시를 썼다(지금은 안 다닌단다). 하여 ‘공부해서 쓰는 시’란 쓴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공부해서 쓴 시라면 이처럼 처량하진 않을 터이다. 여기서 인용한 ‘소규모 인생 계획’은 거대 도시를 사는 소규모 인생의 옹색한 삶을 서글프게 드러낸다. ‘식빵 가루를/비둘기처럼 찍어먹고’나 ‘친구들은 하나 둘/의리가 없어지고/밤에 전화하지 않았다’란 대목에선 무언가가 얹힌 듯, 가슴 언저리가 먹먹했다. 비평가 이장욱은 환상에 기댄 시 세계를 지지하지만, 시인 이장욱은 자잘한 일상의 복판에 쪼그리고 앉아 있길 좋아한다. 동사무소나 오후의 공터, 횡단 보도, 엘리베이터 등 일상 속 공간이 두루 보이는 건 시인에게 “소시민의 자의식”(이광호 예심위원)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요일’이란 시어가 반복되는 것도 흥미롭다. 요일은, 기필코 되돌아오는, 하나 결코 이탈할 수 없는 일상의 족쇄와 같은 이미지를 자아낸다. 아마도 이장욱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터이다. ‘우울한 모던 보이’(평론집 제목)이거나 ‘악무한의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한 다람쥐’(두 번째 시집 자서)이거나. 아니면 ‘유연하고 무표정한 고양이’(소설 작가의 말)거나. 아니다, 셋 모두일 수 있겠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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