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房(문학외일반)

[스크랩] 2007년 미당문학상 지상중계4/섬말 시편-갯골에서/김신용

길가다/언젠가는 2007. 8. 24. 13:13
 

섬말 시편-갯골에서-김신용


소래포구에서 뱀처럼 꾸불텅 파고든 갯골을 본다

뻘이 제 육신을 열어 터놓은 저 물길

서해에 뿌리박은 거대한 나무처럼 보인다

느티나무가 고목이 되어서도 힘차게 가지 뻗은 듯하다

한때, 소래 벌판의 염전들은 그 가지에 매달려 푸른 잎 나부꼈을 터

결 고은 옹패판 위에 희디흰 소금의 결정들을 수확했을 터

지금은 나뭇잎 다 져 앙상한 고사목 같은 형상으로 놓였지만

해주도 소금창고도 허물어져 갈대밭에 누운지 오래지만

뿌리는 아직 살아 밀물 때마다 염수를 밀어 올린다

스스로 무자위 밟아 수액 끌어올린다

뻘밭에 세한도 한 폭을 새겨놓기 위해

바다는 오늘도 묵지墨紙가 된다

그 갯골이 커다랗게 입 벌린 상처처럼 보이지만

아물지 않는 손톱자국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뒤틀리고 휘어진 그 사행蛇行의 갯골에는

아직 새 날아온다 뭇 새들 갈대밭에 집 짓는다

뻘 속에는 혈거穴居의 게들 흘림체로 별사를 쓰듯 기어나온다

제 뿌리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고

묵지墨池가 살아있는 그늘이라고


<시와시학 2077년 여름호>


약력

1945년 부산출생.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버려진 사람들(88). 개 같은 날들(90)

몽유속을 걷다(98). 환상통(2005년).도장골 시편(2007년)

천상병 문학상(2005년).노작문학상(2006년)

2007s년 미당 문학상 후보작 ‘섬말 시편-갯골에서’ 외 22편


출처 : e 시인회의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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