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스크랩] 홍어/권순자

길가다/언젠가는 2006. 12. 7. 03:24

 

홍어 /권순자


1

숨이 탁 막히는 격한 냄새 맡으며
잘 삭힌 홍어찜을 먹는다
짠 바닷물에서 잡혀온 충혈된 물고기
탁주에 담궜다가 바람에 말린 홍어,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꾸덕꾸덕해지고 맛이 깊어갔다

2

가출한 아이문제로 학교로 찾아온 남자
흙 묻은 작업복에 주절주절 달린 가난이
홍어의 암모니아냄새보다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사내의 몸에서 물기를 자꾸만 짜 가던 아이
싱싱하던 지난날은 곰삭아
남자의 주름진 피부에 깊숙이 배었다

고깃배에 실려
거칠고 고단한 길 달려온,
삭고 삭은 홍어남자
바닷바람에 자신의 몸이 부패해가면서도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부성은
아이를 찾으러, 눈물로 밤을 샌 독한 냄새피우며
제 살을 거리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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