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하루
빈 캔 /권순자
길가다/언젠가는
2006. 12. 2. 23:50
빈 캔
권순자
통조림을 따서 익은 고기를 비워낸다
텅 빈 캔은 이제 찌꺼기의 냄새만 남아 있다
탱탱하던 캔, 찌그러지면서
멍멍한 가슴에 울리는 환청
그렇게도 꽉 찬 삶을 살았던 지난날들,
짧았던 젊음, 화목, 소망 모두 빠져나가고
공허한 가슴만 바람처럼 울다가
이제 분리수거통에 들어가
빈 가슴들끼리 부딪쳐 금속성의 비명을 지른다
구석진 방,
자식들에게 비워진 어머님 몸이 굴러다니신다
어디로 수거되어 가시지도 못해
딸네 집, 아들네 집,
속 빈 강정, 속울음으로만 굴러다니신다
(현대시학 2006년1월호)
권순자
통조림을 따서 익은 고기를 비워낸다
텅 빈 캔은 이제 찌꺼기의 냄새만 남아 있다
탱탱하던 캔, 찌그러지면서
멍멍한 가슴에 울리는 환청
그렇게도 꽉 찬 삶을 살았던 지난날들,
짧았던 젊음, 화목, 소망 모두 빠져나가고
공허한 가슴만 바람처럼 울다가
이제 분리수거통에 들어가
빈 가슴들끼리 부딪쳐 금속성의 비명을 지른다
구석진 방,
자식들에게 비워진 어머님 몸이 굴러다니신다
어디로 수거되어 가시지도 못해
딸네 집, 아들네 집,
속 빈 강정, 속울음으로만 굴러다니신다
(현대시학 2006년1월호)